심리 평가 후 해석 상담을 하지 않으면...?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 임상심리사는 수련 과정 중에는 심리 평가 후 환자/내담자를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아니 수련 과정뿐 아니라 자격증 취득 후에도 심리 평가만 한다면,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도 그랬다.
많은 경우, 심리 평가 보고서에 내담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담자뿐 아니라, 비교적 심리 평가에 이해가 있는 평가 의뢰자(보통 상담심리사나 의사) 조차 보고서를 적절히 이해하지 못한다(이들이 보고서를 꼼꼼히 읽지 않고 지능 점수나 요약만 본다고 다들 한탄하지 않는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평가자 조차 자신의 보고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종합심리평가의 경우, 지능/사고/정서로 나누어 작성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특히나 지능> 사고> 정서 순으로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지능 영역이 가장 문제라 생각하니, 지능을 예로 들어본다.
지능의 <공통성> 소검사의 경우를 서술할 때를 생각해보자.
언어적 개념형성 능력이 <보통 하> 수준으로 나타난 바, 언어적 추론 능력이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이게 가장 보편적으로 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보고서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어적 개념 형성 능력이 무엇인지, 추론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걸 작성한 평가자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내담자에게, 개념 형성이 무엇인지, 언어적 추론 능력이 양호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려줘야 하지 않나?
웩슬러 지능검사가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던 이유가
여러 영역을 나누어서 지능 수준을 파악해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각 영역이 실 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나?
(* 설명충의 설명을 보려면 더보기를 누르세요.)
개념의 사전적 뜻: 특정한 사물 사건이나 상징적인 대상들의 공통된 속성을 추상화하여 종합화한 보편적 관념
개념 형성의 사전적 뜻: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하여 대상의 공통 속성을 추상하여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개념 형성의 말 뜻을 잘 살펴보면, 귀납적 추론(개별적인 사실들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이끌어내는 추론 방식)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개념 형성 능력이 우수하면 추론 능력(주로 귀납적 추론 능력)이 우수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추론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논리력이 우수하다는 것과 연결된다.
뿐 만 아니라, 추론 능력과 논리력은 문제 해결과 연결시킬 수 있다.
그러면 이런 걸 토대로 내담자에게 어떻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날씨가 흐리다는 걸 보고, '비가 올 가능성이 높으니 우산을 챙겨야겠다' 고 추론해서 행동할 수 있으니, 문제 상황에서 대처를 잘 할 수 있어요."
"논리력이 우수해서 말싸움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더 잘할 수 있어요(이건 특히 어휘력도 좋을 때)."
알지도 못한 채, 대충 아는 표현을 그대로 기계적으로 보고서에 쓰고 있는 것이 현재 돌아다니는 보고서의 현실 같다.
대형병원, 종합병원, 프랜차이즈 센터, 작은 센터 등 가리지 않고 여러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봤다.
보고 느낀 건,
잘 쓰인 보고서는 기관의 네임벨류나 자격증의 등급과 상관이 없었다.
평가자가 직접 해석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보고서가 가장 잘 쓰였다.
이유를 따져보자면, 역시나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검사를 한 사람에게 자신이 보고서를 설명해주려면 훨씬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특히, 내담자 수준에서 '이 표현을 이해할 까?' 등을 고심해봐야 한다. 더 책을 찾아보고, 말로 풀어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경험 상 적어도 지능 영역에서 만큼은 대학원~수련 모두를 합친 것 보다, 내가 해석 상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3개월 바짝 공부한 양이 훨씬 많았다.
심리 평가 후, 내담자에게 해석해 주는 경험을 하자.
기회가 없으면 상상해서 연습을 하고,
파트를 뛰게 되면 꼭 해석 상담까지 한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