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역사와 맥락을 아는 것
사물이든 사람이든, 학문이든 이들의 역사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그에 대한 맥락을 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기에 종종 역사를 등한시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삶이 살아남는데 필요했기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역사나 맥락은 종종 무시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할 때 심리학의 역사나 어떤 중요 인물의 과거 행적들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심리학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깊어짐을 느낍니다.
사회가, 세상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과정을 심리학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정신 장애를 설명하는 가장 주된 이론은 생물 정신사회 이론이라는 통합적 접근인데요, 이는 정신 장애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모든 맥락(생물학적 원인, 그 사람의 과거력, 대인관계 등)을 통합해서 고려해야 된다는 접근입니다.
사회는 과거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을 '악마'로 봤다가, '미친 사람'으로 봤다가, '어린 시절 문제'로 봤다가 '뇌의 구조적 결함'으로 보는 등 보는 시점을 달리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이러한 모든 정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거시적 관점에서 한 개인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로 심리학의 역사를 말했는데요,
미시적 관점에서 개인을 바라볼 때는 그 사람의 과거를 이해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어려움을 토로할 때 '지금-여기'에 중점을 두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지금-여기'에 이르는 개인의 과거를 살펴야 그 사람의 현재 성격, 취향, 힘든 점, 강점과 약점 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과거에는 그러한 맥락이 있기 때문이죠. 상담실 안에서는 개인의 이러한 과거와 맥락 파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소한 일에도 미친 듯이 감정을 폭발하는 폭력 전과 3범의 내담자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여기' 상담실에 와 있는 이유는 폭력 행동 이후 후회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에 왔을 수도 있지만, 법원 명령에 따라 강제로 왔을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폭력과 욕설로 인해 공격자와 동일시하는 마음으로 폭력을 정당해 왔을 수도 있지만, 부모님은 온정적인 분이나 또래 관계에서 폭력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학습해왔을 수 있습니다. 기질적으로 외향적이고 충동적인 타입일 수도 있지만, 내향적이고 치밀하게 복수하는 타입일 수도 있죠. 상담사는 이러한 과거와 맥락을 파악해서, 내담자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다만, 초보 상담사의 특징 중 하나로,
인간에 대한 미시적인 관점에서 내담자의 과거와 맥락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잘 바라보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철학 등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서는 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직업군도 그렇겠지만, 심리학자는 특히나 지속적으로 공부해야하는 직업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