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다가, 길을 가다가 심리 검사를 해달라고 하는 사이비 종교를 한 번씩 만나 보신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왜 심리 검사를 매개로 하는 걸까요?
일단, 간단한 심리검사는 재밌습니다.
최근 2-30대를 중심으로 MBTI 검사 열풍이 부는 것도 그와 관련될 수 있겠죠.
검사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상당히 잘 들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알게 되는 것 같고 나랑 안 맞는 친구가 왜 안 맞는지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문제되는 것은 이런 심리검사를 한 이후에 진행되는 대화입니다.
보통 이런 검사를 가지고 자신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MBTI를 예시로 들었지만, MBTI뿐만 아니라 HTP같은 다른 간이검사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안 좋은 부분을 찔러줍니다. 그리고 이는 심리상담의 형태를 띄게 되죠.
"나무 그림이 이렇다는 건, 자기상이 굉장히 안 좋다는 거예요.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져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작은 말과 행동에도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또 칭찬을 해도 마찬가지죠. 난 못난 사람인데 왜 날 칭찬해? 하면서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밀쳐내죠. 혹시 그런 경험 있으면 이야기 해줄래요?"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면, 실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게 굉장히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문제가 됩니다. 사실상 심리상담이 되거든요.
그리고 지난 글에서 말했듯, 심리상담은 나쁜 사람에게 받으면 크게 다칩니다.
2020/06/11 - [심리학/격려의 심리학] - 개나 소나 하는 심리 상담, 아무에게나 받으면 안 되는 이유
저런 대화를 나누는 순간,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은 뭔가 전문적이고,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게 느껴지며, 더 멋있어 보입니다. 이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은 모자르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상담을 통해 불안과 불확실성을 해소되면, 이제는 그 사람에게 빠집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어떤 카리스마적인 사람이, 영웅과 같은 태도로 목표를 보여주며 이끌어주면 어떻게 되나요? 다들 그 사람을 따라가게 됩니다. 사이비 상담은 이런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줍니다.
즉, 사이비 포교자는 자존감이 낮고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 당신도 변할 수 있다고.
이미 포교자에 대한 이상화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내담자는 포교자의 말을 완벽하게 믿고 따르게 됩니다.
적절한 심리상담을 하면 상담사에게 이상화가 생겼다가 차츰 흐려지게 되는데요,
사이비는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상화가 생겼을 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들은 그 사람에게 하나의 길이 됩니다. 저 사람의 말을 따르면 자신도 변할 수 있다고.
이런 이유들로 심리검사나 심리상담은 전문가에게 받아야 합니다.
전문가들 중에도 비윤리적인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분명 있어요.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들도 거기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죠. 사람이 모인 집단이니까요.
그럼에도 100중 1-2와, 100중 100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검사나 상담을 받게 된다면, 최소한 그 사람의 자격과 교육, 쌓아 온 경력들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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