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5일 글을 끝으로 글을 더 적지 못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한 편의 글을 올리려고 마음먹었습니다만, 우울감이 심해져서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 우울감의 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부동산 블루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우울감에서 벗어나 이렇게 다시 글을 씁니다.
저는 30대 중반 미혼이고, 인구 20만의 중소 도시에서 혼자 삽니다. 작년 6월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는데요, 뉴스와 유튜브 등을 통해 처음으로 대한민국 부동산을 '인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인지요. 원래 부동산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나랑 상관 없는 것으로만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가격을 살펴보고, 나는 살 수 있나, 여기는 매매가 얼마고 전세가는 얼마지? 용적률과 건폐율이라는 게 있구나 등을 알게 된 거지요.
예전에는 직방에서 원룸 월세나 전세만 봤었습니다. 제 생각의 틀 안에는 '매매'라는 것 자체가 없었거든요. 매매는 나와 관련 없는 것, 먼 미래에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근 집 값을 보니 대부분 4억대 더라구요. 지금에야 4억이라는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작년의 저에게는 말도 안 되게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논과 밭이 즐비한 상당한 시골이거든요.
저는 언젠가는 수원(태어난 곳)이나 수지(자란 곳) 정도에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에 눈을 뜨고 가격을 보니, 최소 6억에서 비싼 건 15억 이러더라구요. 중고차 1대, 현금 2천만 원이 제가 가지고 있는 전부였는데 말이에요.
절망했습니다. 무엇보다 희망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희망이 가장 중요한데,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자 자연스레 지독한 우울감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상당한 가치를 두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자 이러한 우울감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심리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는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의 시도들을 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방법들은 실패했습니다.
심리 상담, 친밀한 사람들과의 대화, 명상, 독서 치료, 연애 등 그 어떤 것도 부동산으로 인한 우울을 경감시켜주지 못했고, 저는 계속해서 지독한 우울감에 빠져들어갔습니다. 무기력해졌고, 매일 퇴근하면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를 보며 잠들었습니다. 집은 지저분해졌고, 저는 피폐해져 갔습니다.
이러한 우울감에 지쳐, 저는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제 심정은 '나는 평생 그냥 이 시골에서나 살아야겠다. 여기서 내 월급이면 살아갈 수는 있을 거야. 내 주제에 무슨...' 하는 무기력하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이었습니다. 2억 6천만 원짜리 22년 된 오래된 아파트였는데요, 이것이 당시 제가 최대한의 영끌을 할 수 있을 때 살 수 있던 가격대의 아파트였습니다. 당시 현금 2천만 원이 전부였는데, 보금자리론 70%, 신용 대출, 퇴직금 중간 정산, 청약 저축, 보험 해지금, 기숙사 보증금 등을 다 합하면 2억 6천을 맞출 수 있더라고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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